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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가 중국어, 일본어를 동시에 배우는 이유

 

내가 중국어, 일본어를 동시에 배우는 이유

 

요즘 제2외국어 열풍이 대단하다. 한국과 교류가 많아 전통적으로 인기 있던 일본어부터, 최근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강세를 보이는 중국어, 수많은 언어 사용자를 보유한 스페인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마인어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영어 외에도 외국어 하나 더 공부하자고 하는 열풍이 대단하다. 내가 아는 지인들만 해도 제2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10명은 넘는다. 친구가 얼마 없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주변에 제2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열 사람이 넘는다 열 사람이!

 

그런데, 내가 고등학생 때 제 2외국어 과목을 선택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영어나 제대로 할 것이지, 무슨 제2 외국어냐?” 이런 말. 수 없이 들어본 사람들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어디서 태어나든 영어로부터의 운명을 피할 수는 없다. 당신이 대한민국에서 발을 떼는 순간 영어를 못하면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어가 그만큼 중요한 언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위에서 말한 “영어나 제대로”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로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의무교육 9년동안 영어를 배우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영어를 배우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영어를 배우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도 영어를 배우고, 취업 한 이후에도 영어 학원이나 인강을 들으며 영어를 배우지 않는가? 그렇게 해서 탄생한 30대에게 물어보자. 영어를 잘 하시는가? 듣고, 쓰고, 말하고, 읽는 것이 아무 문제 없이 술술 되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의도한 답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영어 하나만 판다고 해서 여러분이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어를 공부하던, 일본어를 공부하던, 그 세 개를 전부 공부하던 여러분이 어디든 사용할 용도를 찾아 놓는다면 그 언어는 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본론으로 넘어가보자. 당연하지만 나는 4개국어 능력자가 아니다. 한국어는 한국인보다 잘한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영어는 그냥저냥 소통할 정도이고, 중국어, 일본어는 대충 회화 정도만 아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파고, 구글 번역기를 쓰기 보다는 나의 뇌에 직접 언어를 주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나는 서브컬쳐 덕후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텐센트 비디오도 보고싶고, 비리비리에 중국인들이 내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도 보고싶다. 또, 일본은 서브컬쳐 문화의 기원이자 총본산이다.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을 모를 수 없다.

 

그래, 너가 덕후인 건 알겠다. 근데 그거 적을려고 이렇게 긴 글을 쓰는 것이냐? 아니다. 당연하지만 여러분께 도움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서다. 여러분이 제2 외국어, 제3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1. 모국어에 갇혀있던 언어 사고가 말랑말랑해진다.

 

우리는 한국어에 갇혀있다. 한국어로 사고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하고, 의미 역시 다시 한국어로 환원하여 이해한다. 한국어로 한국어를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어 그 밖의 무언가를 알기가 힘들다. 다른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한국어로 번역해놓은 ‘번역물’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 언어를 읽거나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닌, 그냥 한국어로 맛있게 요리된 순수 한국어 그 자체를 읽고 이해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우리는 영어를 배우게 되면서 한국어 사고에서 약간 탈피할 수 있게 되고, 한국어 사고에서 탈피하면 탈피할수록 외국어 습득 속도는 빨라진다. 영어 단어를 어원 단위로 배우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원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단어를 배우게 되면 완성된 언어의 조합 원리를 뜯어볼 수 있고, 한국어 사고에서 탈피하여 외국어 사고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완전하게 한국어로부터 탈피한 것도 아니며, 결국 한국어와 영어 사이의 그 애매모호한 무언가에 대해 배웠을 뿐이다. 여러분이 여기에 제2 외국어, 제3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이런 한국어 사고를 탈피하여 다양한 외국어 사고를 체험할 수 있게 되고, 언어간의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시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한국어 발음에서 탈피할 수 있다.

 

의외로 여러분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영어를 잘 들어보면 영어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나라 언어만의 특징이 영어에 묻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어 화자인 여러분도 알 수 있다. 여러분이 ‘헬로 마이 네임 이즈… ‘를 한국어로 읽는 것과 영어 발음으로 굴려 읽는 것은 수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게 되면 그 나라 특유의 억양 섞인 영어 문화 역시도 알 수 있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한국어 억양이 섞인 한국어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한국어에는 없는 발음이 꽤 많을 뿐더러, 음절 단위로 끊어지는 언어인지라, 인도유럽어족 언어에 비해 딱 딱 끊어지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우리가 ‘애플’을 발음할때와 apple의 실제 발음이 굉장히 괴리되는 것이다. ( 물론, 이것은 apple을 공식적인 로마어의 한국어 표기로 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발음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닌 이유도 있다. )

 


3. 연관 있는 언어에 대한 접근이 쉽다.

 

한국어는 고립어이다. 과거 알타이어족설이나, 일본어족( 사실 일본어도 일본어족으로 분류할지, 한국어와 같은 고립어로 분류할지 의견이 분분했으나 고립어라고 하기에는 한국어와 같이 규모가 너무 크기도 하고, 다양한 이유로 일단은 일본어족으로 분리되었다. 그러나, 일본어를 고립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과의 연관성이 연구되기도 하였으나, 기초 어휘 단위에서 연관성을 찾지 못하여 한국어는 아직 고립어로 되어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은 ‘동일 어족의 다른 언어 개념’을 실제 생활에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중국만 가도 한장어족에 속하는 수 많은 언어들이 있고 ( 한국의 방언 개념과 다르다. 중국의 상어, 오어, 민어, 광둥어 등등은 서로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다. 각각의 언어 차이 정도가 한국어와 제주어 방언의 차이 수준을 넘어선다. ),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어족인 인도유럽어족은 세계의 절반 가까이가 사용하는 어족이다.

 

한국인은 어족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에 같은 어족에 속하는 언어들이 서로 배우기 쉽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 물론 상호 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배우지 않고서는 소통할 수 없다. ) 그러나, 유럽만 가 보더라도 영어를 국민의 대부분이 모국어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가가 많거나, 중국의 홍콩이나 광둥성 지역의 경우 관화-광둥어 2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매우 흔하다.

 

같은 어족이 아니지만 연관성 때문에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쉽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같은 어족에 있는 언어끼리는 익히기가 더 용이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러분이 영어를 배우면 같은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다른 언어를 배우기가 쉽고, 중국어 관화를 배우면 광둥어와 같은 언어를 배우기 쉽다.